코로나 바이러스와 에콜로지

글 황대권 

지구의 지배자는 미생물이다

인간은 역시 만만치 않은 동물이었다. 18∼19세기에 과학혁명을 거치면서 이들 미생물을 대량으로 죽일 수 있는 독성물질을 만들어낸 것이다. 살균제, 소독제, 항균제, 백신 같은 것이다. 인간은 이 발명을 통해 수명을 놀라울 정도로 늘릴 수 있었다. 그러나 이것이 또 문제가 되었다. 원래 생물계는 상위포식자일수록 개체 수가 적어야 하는데 최상위 포식자인 인간이 아주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늘어나니 지구자원이 급속히 소진되기 시작한 것이다. 근대 이전까지만 해도 인간은 생태계 순환을 이용한 유기농업으로 먹고 살았으나 인구의 압박으로 대규모 단작 농업을 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대규모 농업은 반드시 대량의 화학비료와 농약을 사용하므로 그에 따라 인간의 손길이 닿는 곳이면 생태계의 먹이사슬이 다 끊어져 버리고 만다.

그런데 가만 놔둬도 회복될까 말까 할 생태계를 더욱 악화시킨 것은 대규모 축산이다. 반세기 전만 해도 인간사회의 육식량은 그런대로 봐줄 만했다. 그러나 생활수준이 향상되면서 육식량이 걷잡을 수 없이 늘어 지금은 거의 중독 상태에 이르렀다. 육식 수요를 감당하기 위해 열대우림을 태워 목장을 만드는 것처럼 지구 생태계에 위협을 가하는 일은 없다. 대규모 축산의 폐해는 너무 잘 알려져 있으므로 여기선 생략한다. 문제는 초지 또는 경작지를 확대하는 과정에서 서식지를 잃은 야생동물들이 먹을 것을 찾아 인간 사회로 들어오면서 그들이 지니고 있던 바이러스에 노출되는 것이다. 지금까지 인류가 겪은 전염병 70퍼센트가 가축 또는 야생동물로부터 비롯된 것이다.

얘기가 더 진행되기 전에 미리 언급해 둘 것이 있다. 생물계 최상위 포식자인 인간과 인간을 숙주로 삼는 바이러스(미생물) 가운데 과연 누가 진정한 지구의 지배자일까? 일단 두 종은 똑같이 먹이사슬의 고리마다 관여한다. 사자나 호랑이는 사슴은 잡아먹지만 벌레나 풀 같은 것은 먹지 않는다. 대부분의 생물들은 자신과 직접 관계가 되는 먹이만 먹는다. 먹이사슬이 단선이다. 그러나 바이러스와 인간은 먹을 수 있는 것은 다 먹어치운다. 오죽하면 중국인은 다리 넷 달린 것 가운데 책상을 빼고 다 먹는다는 말이 있을까. 말하자면 먹이사슬에 있어 멀티 플레이어다. 모든 생물종들이 두려워할 수밖에 없는 존재다.

인간은 과학의 힘을 빌려 우주공간을 왔다 갔다 하고 지구의 지형을 마음대로 바꾸지만, 맨 몸뚱이 그대로는 미생물과 비교가 안 된다. 미생물은 극지방과 대기권, 심해의 바닥은 물론 화산이나 폐유 덩어리 속에서도 살 수 있다. 생존에 관한 한 최강이다. 두뇌 용량이 크다고 고등동물이 아니다. 변화된 환경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면 그 두뇌는 장식물에 지나지 않는다. 미생물은 가장 오래, 가장 광범위하게 살아남은 유일한 종이다. 단연 지구의 지배자는 미생물이다.

황대권 – 영광에서 평화로운 삶과 생명의 가치를 품고 생명평화마을을 일구며 생태운동가로 살고 있다. 영광핵발전소를 비롯해 핵 없는 세상을 위한 탈핵활동에도 몸담고 있고, <작아> 글틀지기로도 함께하고 있다. 펴낸 책으로 《야생초편지》,《새벽의 건설자》,《민들레는 장미를 부러워하지 않는다》,《더 나은 삶을 향한 여행, 공동체》,《생태공동체 가비오타스 이야기》,《고맙다 잡초야》가 있고, 최근에 새책《다시 백척간두에 서서》을 펴냈다.

이 글은 <작은것이 아름답다> 270호 지구를 살리는 지도- 석탄/ 기획 ‘코로나 그 뒤’ 꼭지입니다. 



[출처] 작은 것이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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