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PER의 격월간 발행방식을 택하며…
★ 독자 여러분께 드리는 편지입니다 

지난 20년간 월간지 형태로 발행되었던 PAPER가 앞으로는
2개월마다 한 차례씩 책을 발행하는 방식으로 운영됩니다.
그러니까 9월호 - 11월호 - 1월호 - 3월호 - 5월호….
그와 같은 방식으로 발행될 예정입니다.

1995년 11월호를 시작으로 세상에 그 모습을 드러낸
문화전문지 PAPER는
지난 20년 동안 꾸준히 우리시대의 문화 활동에 활력을 불어넣고,
숨어있는 작가들을 발굴해내는 데에 모든 역량을 쏟아 부으며
지내왔습니다.

다분히 핑계를 대는 모습이어서 죄송한 마음입니다만,
지난 20년 사이에 우리들은 문화의 격변기를
온몸으로 헤치며 살아왔습니다.
아날로그 방식의 세상에서 디지털 방식으로 세상으로 건너가는
그 한복판을 가르며 PAPER도 함께 걸어왔습니다.

근본적으로 PAPER는 디지털 방식이 아니고,
종이는 액정화면이 아닙니다.
온 세상의 생활방식이 디지털 방식으로 바뀌어가고
돌리거나 누르는 대신에 터치하는 방식으로, 종이를 넘기는 대신에
그저 손끝으로 살며시 화면을 건드리면
다음 화면이 나타나는 방식으로.. 세상은 진화하고 있는 것입니다.

예전에 히트했던 노래 중에 그런 노래가 있었습니다.
 


종이에 인쇄되어 전해지는 이야기들로부터 일반대중들이
조금씩 멀어져가는 현상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저절로 그 노래가 귓가에 스치곤 합니다.

조금이라도 더 빠른 속도로 날아가기 위해 미쳐 날뛰는
스피드 경쟁의 이 어지러운 세상 속에서 그나마
PAPER가 살아남을 수 있는 길은 오히려
지금보다 속도를 더 늦추는 방법일 거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런 이유로.
이 혼란스런 세상 속에서
그래도 어떻게든 살아가는 생존방식의 한 방편으로,
PAPER는 격월간 발행이라는 방식을 택하기로 하였습니다.

PAPER는 이제 조금 더 여유로운 걸음으로 걸으며
천천히 세상에 눈길을 보내며
두 달에 한 번씩 여러분께 보내는 편지를 쓰려 합니다.
어쩌면 그 기간이 길고 지리하게 느껴지실 수도 있겠습니다만
그래도 여러분과 같은 생각을 가지고 살아가는 친구가
이 세상 어딘가에 있다는 사실과,
그들이 아직 죽지 않고 살아남아 글을 쓰고 노래를 부르고
그림을 그리며 절절하게 살아있다는 사실로
위안을 삼으시길 바랍니다.

기존에 정기구독을 하고 계셨던 독자 여러분들께는
그 남아있는 횟수만큼 앞으로 나오게 될 책들을 보내드릴 것입니다.
앞으로도 늘 애정 어린 시선으로 지켜봐주시고
따뜻한 응원을 보내주시기 바랍니다.


뜨거운 고마움을 가슴에 안고…
2015년 9월 21일

PAPER 편집부 올림.


<추신>
PAPER의 발행기간이 격월간으로 바뀌게 되었으므로,
기존에 정기구독을 하고 계셨던 독자 여러분들께는
여러분께서 받아보셔야 할 횟수만큼 책들을 2개월마다 한 차례씩
지속적으로 보내드릴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