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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편] 월간에세이 Ess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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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사 :   월간에세이
정간물코드 [ISSN] :   1599-8096
정간물 유형 :   잡지
발행국/언어 :   한국 / 한글
주제 :   문학,
발행횟수 :   월간 (연12회)
발행일 :   매월 23일
10월호 정기발송일 :   2020년 09월 24일
정기구독가 (12개월) :  60,000 원 50,000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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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간물명

  월간에세이 Essay

발행사

  월간에세이

발행횟수 (연)

  월간 (연12회)

발행국 / 언어

  한국/한글

판형 / 쪽수

  205*190mm  /  148P 쪽

독자층

  고등학생 , 일반(성인),

발간형태

  종이

구독가 (12개월)

  정기구독가: 50,000원, 정가: 60,000원 (17% 할인)

검색분류

  교양/종합

주제

  문학,

관련교과 (초/중/고)

  국어 (문학/작문/문법),

전공

  문학,

키워드

  문학,에세이,시사,사회,  




    

최근호 정기발송일( 10월호) : 2020-09-24

정간물명

  월간에세이 Essay

발행사

  월간에세이

발행일

  매월 2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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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남 의학을 처음 만나는 순간 _ 남궁인

 

박성희의 뉴욕 뉴욕 뉴욕 _ 박성희

 

윤재근의 주역산책 우공(牛公)이라 불렀지 _ 윤재근

 

마음의 풍경, 그거 하나 못이긴 당가! _ 신경숙

 

아침 창가에서 부부유별 _ 허연

 

에세이 초대석 외딴집에서 발견한 행복의 정체 _ 조재형

 

이달의 에세이 잃어버린 집을 찾아서 _ 이순원 

               뜻대로 되지 않아도 괜찮아 _ 이재국

               닫힘 버튼 _ 유인철 / 쓰레기에 대한 단상 _ 이재진

 

시인의 마을에서 초령목 _ 안희연

 

그 시간, 그 공간 또다시 사랑할 수 있는 _ 최별

 

첫발자국 첫걸음을 내딛는 방법 _ 강정무

 

삶의 향기 나를 위해 산다는 것 _ 유창선

 

흙밭 마음밭 나도 기쁘게, 남도 기쁘게 _ 안영

 

그림이 있는 에세이 가을로 가는 길 _ 김민정

 

재미난 手作 조금씩 천천히 _ 유아리

 

클릭! 이 사람 희망의 선율로 _ 김수연

 

아날로그 스토리, 공감과 위로를 전달하는 _ 이정은

 

영화를 읽다 최선의 삶을 향한 최악의 수 _ 허남웅

 

꿈꾸는 안개숲 이사 떡 풍경 _ 유승준

 

쉼표를 찾아서 사이 _ 김수호

 

지도 위에 핀 꽃 하나의 장소, 만 개의 기억 _ 박성진

 

사막을 일구는 햇살 활력 있는 삶 _ 정재훈

 

결정적 순간, 그 길 위에서

 

에세이 독자 글마당 빨래는 어디다 널어요? _ 유송이 / 홍시 _ 김주하

 

흐르는 강물처럼 달콤한 게으름 _ 주철환



 







만남 기록, 오늘을 만나다 _ 이기진

 

박성희의 과하게 적당하기 _ 박성희

 

윤재근의 주역산책 혁면(革面) 탓이다 _ 윤재근

 

마음의 풍경 수국에게 _ 신경숙

 

김학은의 경제와 예술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 _ 김학은

 

에세이 초대석 카메라 앞과 뒤 _ 김경호

 

이달의 에세이 조경사의 시간, 편집자의 시간 _ 장은수 / 약속의 무게 _ 신승건

                   뚜벅이 _ 이연세 / 누군가 나를 부를 때 _ 조경아

 

시인의 마을에서 골동반 미학 _ 박연숙

 

아침 창가에서 사실은 저도 예전에 말이죠” _ 오순희

 

삶의 향기 정말, 그가 날 부른 것일까? _ 조연환

 

일상으로의 초대 덜어내는 삶 _ 전현주

 

꿈꾸는 안개숲 달까지 가는 새, 문버드 _ 이원영

 

그림이 있는 에세이 나를 채워가는 중입니다 _ 조가영

 

재미난 手作 새롭고 다채로운 _ 박수지

 

첫발자국 N잡러로서의 첫 단추’ _ 이다슬

 

영화를 읽다 누구를 위한 재난인가 _ 허남웅

 

어느 오후의 그림카페 그림 뒤에 숨어 _ 황수연

 

히스토리아 자유를 위한 독립 _ 정기문

 

지도 위에 핀 꽃 소통과 공감 _ 김정순

 

쉼표를 찾아서 나의 친구에게 _ 소재원

 

사막을 일구는 햇살 추억이 있는 교육 _ 김근수

 

결정적 순간, 그 아름다운 순간 _ 정현주

 

에세이 독자 글마당 LA에서 이사 가는 날 _ 이종원 / 시동이 늦게 걸리는 사람 _ 이재건

 

흐르는 강물처럼 얼마나 좋아 _ 주철환



 







 

만남 그 길 위의 오디세이 _ 서정선

 

박성희의 하다 보면 된다 _ 박성희

 

윤재근의 주역산책 등짐지고 말 타다니 _ 윤재근

 

마음의 풍경 이렇게 또 여름 _ 신경숙

 

김학은의 경제와 예술 사라진 그림 _ 김학은

 

에세이 초대석 팬데믹 속에서 재회한 할아버지 _ 로버트 파우저

 

이달의 에세이 생의 커브길에서 _ 박다빈 / 디지털 세상도 따뜻할 수 있는 _ 조수근

                 차근차근 천천히 _ 조혜영 / 큰 그릇은 아니지만 _ 김채민

 

시인의 마을에서 비 온 뒤 _ 최규승

 

아침 창가에서 우리 안에 깃든 나르시시즘 _ 김헌

 

지도 위에 핀 꽃 무사히 내가 될 테니 _ 박선우

 

일상으로의 초대 직업병이 생겨버렸다 _ 장선경

 

쉼표를 찾아서 당신에게는 몇 개의 의자가 필요한가요 _ 정여울

 

그림이 있는 에세이 시선으로, 시선으로부터 _ 이승은

 

재미난 手作 마당에서 도화지로, 꽃에서 그림으로 _ 백은하

 

사진, 그 상상의 공간 기억의 풍경, 아이슬란드 _ 남인근

 

영화를 읽다 고두심의 빛나는 순간’ _ 허남웅

 

첫발자국 처음이라 부끄럽지만 _ 이원영

 

히스토리아 백신의 시대를 열다 _ 정기문

 

가족의 얼굴 온라인 게임 _ 정우성

 

꿈꾸는 안개숲 계시라도 있으면 _ 안치용

 

사막을 일구는 햇살 좋지도 나쁘지도 않은 것 _ 최명기

 

결정적 순간 다가오고 다가가는 것 _ 정현주

 

에세이 글마당 숭늉의 미학 _ 조정만 / 버킷리스트를 따라서 _ 조성욱

 

흐르는 강물처럼 윤재 이야기 _ 주철환



 







만남 빛을 만나다 _ 안미나

 

박성희의 아는 것이 돌부리다 _ 박성희

 

윤재근의 주역산책 톡톡-탁탁 꼬고-꼬고 _ 윤재근

 

마음의 풍경 금잔화는 또 피겠지 _ 신경숙

 

김학은의 경제와 예술 점점점() _ 김학은

 

에세이 초대석 빨간 볼펜 _ 서은숙

 

이달의 에세이 다들 안녕하신가요? _ 하재영 / 멸치는 원래 그래 _ 박준형

                  바다를 보며 바다를 _ 이두형 / 새 삶을 얻는 일이란 _ 이석현

 

시인의 마을에서 안개 출몰지역 _ 한연희

 

아침 창가에서 과묵 김 선생 _ 정재숙

 

지도 위에 핀 꽃 이름값 말값 _ 정수자

 

꿈꾸는 안개숲 셸 위 댄스? _ 전연재

 

삶의 향기 소년이여, 키보드에 손을 올려라 _ 김의진

 

그림이 있는 에세이 내면의 빛과 색을 찾아 _ 천경자

 

첫발자국 삶은 다시 _ 박상희

 

재미난 手作 전통, 미래를 향해 나성숙

 

영화를 읽다 나의 죽음은 너의 죽음과 다르지 않다 _ 허남웅

 

아날로그 스토리 함께 만드는 이야기 _ 범민

 

히스토리아 단 한 번뿐인 인생 _ 정기문

 

쉼표를 찾아서 걷기가 인간을 만들었다 _ 허연

 

가족의 얼굴 세상 단 하나의 관계 _ 조영준

 

사막을 일구는 햇살 척하며 산다는 건 _ 석중휘

 

결정적 순간 빛을 향한 어둠 _ 정현주

 

에세이 글마당 어떤 비행 _ 우성미 / 마을버스 타고 동네 한 바퀴 _ 김경화

 

흐르는 강물처럼 소속이 어디신지 _ 주철환



 







만남 돌아가신 7년 후 다시 만난 아버지 _ 오준

 

박성희의 멍든 찻잎이 향을 낸다 _ 박성희

 

윤재근의 주역산책 부끄럽게 되는 까닭 _ 윤재근

 

마음의 풍경 여수에서의 하루 _ 신경숙

 

김학은의 경제와 예술 흘러간 물이 물레를 다시 돌린다 _ 김학은

 

에세이 초대석 자목련이 폈다 _ 신유진

 

이달의 에세이 아름다운 에러, 오로라 _ 구소영 / 나의 고래 _ 염승숙

                  가장 따뜻하게 무서운 믿음 _ 정우철 / _ 민경숙

 

시인의 마을에서 새를 닫는다 _ 이수명

 

아침 창가에서 기인(奇人)과 괴인(怪人) _ 정재숙

 

지도 위에 핀 꽃 만세 _ 류정규

 

사막을 일구는 햇살 조금 손해 보더라도 _ 김이율

 

쉼표를 찾아서 노래가 위안이 되는 순간 _ 유성호

 

그림이 있는 에세이 특별하지 않는 것의 특별함 _ 황나현

 

아름다운 터뷰 한줄기 빛과 같은 _ 김혜자

 

클릭! 이 사람 이륙준비 완료”(ready for take off) _ 배서희

 

재미난 手作 친근한 일상의 풍경 _ 백시내

 

영화를 읽다 평등을 향한 싸움은 계속된다 _ 허남웅

 

명화의 숲을 거닐다 새로운 희망으로 _ 김내리

 

삶의 향기 우리 곁의 이웃을 그린다는 것 _ 진수미

 

꿈꾸는 안개숲 집과 주거의 본질 _ 김선동

 

가족의 얼굴 축제의 날을 위해 _ 김영심


결정적 순간 내면의 눈으로 _ 정현주

 

에세이 글마당 1976년 남숙의 기도 _ 장숙재 / 불효녀의 알리오 올리오 _ 한지수

 

흐르는 강물처럼 사돈 남 말 안하기 _ 주철환



 







만남 이름 없음의 이름 값 _ 박수현

 

박성희의 가까운 곳에서부터 _ 박성희

 

윤재근의 주역산책 다람쥐 이야기 _ 윤재근

 

마음의 풍경 자꾸만 드는 생각 _ 신경숙

 

김학은의 경제와 예술 1백 차원의 그림 _ 김학은

 

에세이 초대석 걸어서 여기까지 _ 윤대녕

 

이달의 에세이 삼자대화 _ 황두진 /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_ 정우현

                   어른 걸음마 신순규 / 엄마의 카드 고국진

 

창간 34주년 축시 시선, 그 길 위에서 _ 나태주

 

아침 창가에서 기념일 _ 정재숙

 

첫발자국 처음이 갖는 특권 _ 손수현

 

흙밭 마음밭 약속 잘 지키는 사람 _ 송정림

 

삶의 향기 우리를 위한 삶으로 _ 김여진

 

그림이 있는 에세이 _ , 그 황홀함으로 _ 김영자

 

클릭! 이 사람 _ 시작의 시작 최수진

 

아름다운 터뷰 시간의 기억, 기억의 시간 _ 김겸

 

사진, 마음을 담다 다시 꽃은 핀다 _ 오충근

 

영화를 읽다 그때 그곳으로 _ 오동진

 

아날로그 스토리 호랑이 형님이 이끌어준 길 _ 이나미

 

사막을 일구는 햇살 이제야 알게 되는 것들 _ 임병희

 

꿈꾸는 안개숲 인연의 실타래 _ 이미선

 

쉼표를 찾아서 시작하는 날 _ 조수연

 

결정적 순간  빛으로, 삶으로

 

에세이 마당 엄지손가락 _ 김광석 / 내가 느끼는 신기함 _ 허희

 

흐르는 강물처럼 라면 왕과 세 자매의 열매 _ 주철환



 








[만남] 기록, 오늘을 만나다 / 이기진, 물리학자·서강대 교수   2021년 9월

며칠 전, 실험실에서 실험하던 중 선반 위의 실험 장치가 갑자기 안경 위로 뚝 떨어졌다.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었다. 안경은 바닥에 떨어졌고 눈에 커다란 충격이 가해졌다. 안경 덕분에 다행히 크게 다치진 않았지만 눈에 붉은 충혈이 생겼다. 마음을 진정시키려고 책상에 앉아 있다 보니 문득 ‘물건들이 나를 공격하는 나이가 되었나’ 하는 서글픈 생각이 들었다. 옆에 있던 조교가 불안했던지 병원에 가보라고 해서 학교 앞 안과에 들렀다. 

안과에 도착해 프런트에 이름을 말하자 뒤쪽 흰색 선반에서 누렇게 바랜 차트를 꺼내 내 생년월일을 확인했다. 진찰대에 앉자 의사 선생님이 차트와 나를 힐끔 보며 “31년 전에 오셨군요!” 한다. “그때 내가 안경을 맞춰드렸는데, 지금은 어떤지 한번 봅시다” 하더니 시력을 재고 안경 도수를 확인한다. “그때 안경 도수가 엉망이어서… 지금 안경은 문제가 없네요.” 

31년 전이면 내가 일본에서 7년간의 유학을 마치고 대학에 돌아온 직후이다. 아마도 유학하는 동안 눈이 나빠졌는데도 안경을 바꾸지 못한 채 계속 쓰다가 뭔가 이상이 생겨 안과를 찾았을 것이다. 30대 때 외국에서의 유학 생활은 지금 생각해도 정신없던 시절이었다. 부족한 공부를 해내면서 두 명의 아이들을 키워내야 했고 이국의 생활에도 적응해야 했으며 불안한 미래를 밤낮으로 걱정해야 하던 시절이었다. 누가 내게 안경 하나 바꿀 시간이 없을 정도로 가난하고 바쁘게 살았느냐고 묻는다면 변명같이 들리겠지만, 그땐 그런 시절이었다고 얘기하고 싶다.  

“지금도 학교에 계세요?”라는 질문에 “네”라고 대답했다. 기억을 더듬으니 앞에 있는 나이 드신 의사분의 30년 전 모습이 기억났다. 지금보다는 더 기운차고 높은 목소리를 가진 젊은 의사. 요즘은 며칠 전 무엇을 했는지 기억이 가물가물하지만, 신기하게도 먼 옛날 일들은 선명하게 떠오른다. 의사 선생님은 충혈된 눈을 보더니 “문제는 없지만 시간이 걸리는 일이니 2주간 술 마시지 마시고, 제때 안약을 넣으세요”라는 말과 함께 누렇게 바랜 차트에 뭔가를 열심히 적었다. 오늘의 이 순간을 기록한 차트에는 어떤 내용이 적혀 있을까. 실험실에서 부상당한 이야기와 지금은 그래도 도수가 맞는 안경을 쓰고 있고(그래서 다행이고), 아직 학교에 남아 있다는 기록이 담겨 있을까? 의사 선생님은 프런트에 차트를 전해주면서 앞으로 자주 만나게 될 것 같다는 의미의 미소를 지으며 자신의 방으로 돌아갔다. 

학교 언덕을 오르는데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내 기록이 30년 전 종이 차트에 남아 있다니. 그것도 딱 한 번 간 병원에. 종이의 힘일까.’ 내 연구실 책장 선반에는 유학 시절 쓴 실험 노트들이 버려지지 않고 아직도 꽂혀 있다. 버려질 수 있는 물건이지만 몇 번의 이사에도 여전히 버리지 못하고 있다. 매일매일 실험을 하면서 그날 날씨와 실험 데이터를 적어놓은 페이지, 데이터를 정리한 그래프를 풀로 붙여 놓은 페이지…. 너널너덜해진 페이지, 커피를 엎질렀는지 누렇게 물든 페이지, 뭔가 모를 낙서를 잔뜩 한 페이지도 있다. 

예전에 학회 참석차 폴란드에 갔을 때 마리 퀴리 박물관을 방문한 적이 있다. 그곳에는 그녀의 실험 도구에서부터 사용했던 지갑, 안경과 같은 일상용품과 함께 실험 노트도 전시되어 있었다. 마리 퀴리는 36년간 방사선 연구를 했다. 열악한 실험실에서 방사성 광물을 수집하고 농축하는 일을 자신이 직접 했다. 방사선의 위험성을 아무도 몰랐던 시절이었다. 그녀의 실험 노트뿐 아니라, 그녀가 부엌에서 요리할 때 보던 손때 묻은 요리책 역시 100년이 지난 지금도 같이 전시되고 있었다. 전시를 보면서 남아 있는 방사선이 살아 방출되고 있지 않을까, 하는 엉뚱한 생각을 했다. 당시 그녀에게는 실험 노트와 요리책이 중요한 삶의 일부였으니. 마리 퀴리가 직접 쓴 실험 노트를 보니 그것을 기록한 이의 존재가 더 구체적으로, 더 생생하게 확 다가왔다. 그녀가 실험 노트를 적는 모습이 머릿속으로 그려졌다. 기록이란 이토록 직접적인 힘을 지녔다. 

요즘에는 실험 노트를 쓰지 않고 있다. 모든 실험 결과를 컴퓨터에 집어넣고 그 데이터를 이용해 그래프를 만들고 논문도 컴퓨터로 쓰고 있다. 그러니까 모든 실험 기록이 컴퓨터에 담겨 있다. 컴퓨터 하드 디스크가 날아간다면 많은 부분이 증발해버릴 것이다. 하지만 어찌하겠는가, 세상이 변한 것을. 이제 어쩔 수 없이 앞으로 남아 있게 될 것들은 인터넷에 남은 디지털 기록들이 아닐까. 물리학자인 내 경우에는 저널에 발표한 논문과 여기저기에 발표된 글들이 될 것이다. 

안과 의사 선생님이 볼펜으로 꼼꼼히 뭔가를 적으시는 모습을 보고 이런 생각이 들었다. 하루하루 삶을 기록하고 성실하게 뭔가를 남기는 것, 그 자체가 우리의 중요한 삶의 태도가 아닐까. 아날로그, 디지털 매체, 그 어느 것이 의미 있고 없음을 떠나 하루하루의 충실한 삶의 기록 그 자체가 소중한 만남이자 가치 있는 무언가가 아닐까. 앞으로의 바람이 있다면 안과에 보관된 내 차트에 더 이상 기록을 남기지 않았으면 하는 것이다. 그런데 그게 뭐 내 뜻대로 되겠는가. 

*1960년 출생. 서강대학교 이학 학사, 석사, 박사. 일본 쓰쿠바대학교 물리학 문무교관(1993), 일본 도쿄공업대학 응용물리학과 문무교관(1995). 저서로는 <MT 물리학><박치기 깍까><보통 날의 물리학><서울 꼴라쥬> 등 다수. 現 서강대 물리학과 교수.




[출처] 월간에세이 Essay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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