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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 지구가 망해버렸으면 좋겠어'…걱정 말아요, 청춘   2021년 06월

한현민, 신현승, 박세완, 최영재(왼쪽부터).

<내일 지구가 망해버렸으면 좋겠어>의 주요 등장인물

세완

경영학과 3학년이자 국제기숙사의 조교로 기숙사 내 유일한 한국인이다. 생활고로 고깃집, 인형탈 아르바이트 등 가리지 않고 돈이 되는 건 모두 하고 있으며, 기숙사 조교도 돈 때문에 시작했다. <뉴 논스톱> 시리즈의 경림을 현대적 버전으로 변주한 듯한 캐릭터. 배우 박세완이 연기한다.

제이미

자유전공 1학년. 한국계 미국인이자 국제기숙사의 뉴페이스로 순수하고 허당 같은 매력이 있다. 세완의 꾐에 넘어가서 세완과 함께 아르바이트에 끌려다니며 한국 대학생들의 현실을 제대로 경험한다. 자꾸 눈에 밟히는 세완에게 조금씩 커져가는 마음을 느낀다. 배우 신현승이 처음 연기한 캐릭터.

한국계 호주인으로 국제창의경영융합디자인과 2학년이다. 별명은 ‘쌤쌥이’. 허세를 부리다가 가끔 허언증에 가까운 거짓말을 하는데 그럴 때마다 귀가 새빨개진다. 2학년이지만 나이가 가장 어린 막내로 이것저것 친구들의 심부름을 한다. 아이돌그룹 GOT7의 멤버 최영재가 연기한다.

현민

흑인 혼혈 한국인으로 웰빙귀농학과 2학년이다. 한국 국적이지만 집이 이천이라 통학하는 데 왕복 5시간이 걸려 몰래 국제기숙사에 숨어 살고 있다. 녹록지 않은 환경에서도 ‘오늘만 산다’는 마음으로 긍정을 잃지 않는다. 어쩌면 삶이 무거운 세완과 정반대의 캐릭터. 모델로 활동해온 한현민이 연기한다.

민니

K드라마에 빠져 한국에 온 타이 국적의 K콘텐츠학과 2학년생. (여자)아이들의 멤버인 민니가 연기한다.

한스

한국인보다 한국 문화에 해박한 스웨덴인. 원칙주의자로 문화인류학과 석사과정에 재학 중이다. 예능 <77억의 사랑>에 출연한 요아킴 소렌센이 연기한다.

카슨

금발 머리에 파란 눈을 가진 미국인이지만 꼰대 기질을 지닌 국제기숙사의 고참. 불닭볶음면을 좋아하는 건축학과 3학년생이다. 드라마 <동백꽃 필 무렵>에 출연한 카슨이 연기한다.

테리스

트리니다드토바고 국적의 경영학과 석사과정 학생. 잡학다식하고 낙천적이다. 영화 <초미의 관심사>에 출연한 테리스 브라운이 연기한다.

-각자 어떤 연유로 캐스팅되었는지 알고 있나.

박세완 감독님이 촬영 내내 현승이의 순수하고 귀여운 면이 제이미와 찰떡이라고 말씀하셨다. 현민이는 특유의 표정과 말투가 있는데, 캐릭터에 딱 들어맞는다고, 또 쌤의 허세스러운 모습은 영재가 너무 자연스럽게 표현했다고 하셨다.

최영재 배우들 중심에서 누나가 잘 케어해주니까 캐릭터들이 밉지 않고 다들 예쁘고 귀엽게 나왔다고 생각한다.

한현민 세완 누나는 카메라가 꺼져도 극중 세완이랑 똑같다.

최영재 현민이를 괴롭히고. (웃음)

-외국인, 아이돌, 모델 출신 등 배우들의 스펙트럼이 다양하다. 서로간의 호흡이 중요했을 것 같은데 처음 어색함을 깨기 위해 어떤 노력을 했나.

박세완 다 같이 모여서 매일 리딩을 하다시피했다. 줌으로도 리딩을 했는데, 못 모이는 날에는 화상으로 만나 대본을 읽고 그게 아니라면 다 같이 만나서 연습했다. 동선 리허설도 며칠씩 다 같이 모여서 했다. 어색함은 촬영 전에 이미 다 깨졌다.

한현민 단톡방도 있다.

신현승 테리스가 제일 큰형이어서 어색할 때 만들었다.

최영재 한국인과 외국인이 섞여 있으니까 더 친구 같고 개방적인 느낌이다.

-줌으로 대본 리딩을 한다니 정말 코로나19 시대의 풍경이다.

최영재 솔직히 말해도 되나. 줌은 효과가 없었다. (좌중 웃음)

박세완 집중도가….

최영재 (이어 받으며) 현저히 떨어지고. 아무래도 만나서 집중해서 하는 게 효과적이다.

-그동안 각자가 활동해온 영역이 드라마, 영화, 웹드라마, 무대, 모델 등 달랐다. 시트콤은 어떻게 달랐나.

최영재 아이돌로서 무대에 서면 내가 잘하든 못하든 한번에 모든 게 끝나버린다. 연기가 쉽다는 뜻은 절대 아니지만 연기는 한번에 끝나지 않고 계속할 수 있다는 점에서 안정감이 있다. 덜 긴장됐고 오히려 더 잘할 수 있겠다 싶었다. 무대에서는 한번에 무조건 잘해야 한다는 압박감이 심해서 예민해졌다면, 연기할 땐 마음이 편했다.

신현승 <지구망>이 첫 작품이다. <지구망>이 끝나고 3일 있다가 웹드라마를 촬영하러 갔다. 나로선 다 처음 경험하는 것이어서 수업 받는다, 배운다는 느낌으로 촬영에 임했다.

한현민 이 작품이 세 번째다. 이전에 드라마와 영화를 찍어봤는데 시트콤은 처음이다. 본래 직업은 모델이고, 처음 연기했던 건 카메오였다. 이전엔 연기에 관심이 없었는데 서로 합을 맞추면서 교감하는 기분이 너무 좋았다.

박세완 시트콤에 처음 도전하는데, 장르도 장르지만 여러 명과 호흡을 맞추다보니까 시청자의 반응이 너무 궁금하고 걱정도 된다. 일단 현장에서 정말 재밌게 찍었으니까 시청자도 그만큼 에너지를 받았으면 좋겠다. 감독님은 최대한 우리가 자연스럽게 나왔으면 좋겠다면서 진짜 우리를 놀게 해주셨다. 최대한 촬영 같지 않게 해주셔서 동선도 우리 마음대로 놀면서 했다.

모든 캐릭터가 내 친구 같은

-러브라인도 있고 청년 생활의 생활고, 인정 욕구, 정체성에 대한 고민 등 여러 가지 이야기가 녹아 있다. 연기하면서 내 이야기다 싶은 게 있었나.

최영재 세완 누나의 이야기가 가장 공감 간다. 지금 시대는 20대 대학생들이나 취업준비생들이 자신의 무언가를 많이 포기하면서까지 열심히 노력하는 분위기다. 다들 얼마나 힘들겠나. 세완의 어려움에 제일 공감이 갔다.

신현승 대학 생활을 하고 있고 그 나이대여서 모든 캐릭터가 내 친구 같은 느낌이었다. 연애, 경제적인 문제 등 모두 그 나이대인 20대가 하는 고민들이다.

-라면 먹는 신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다. 주머니 사정이 좋지 않은 학생들이라 라면을 먹는 신이 많은데.

신현승 세완 누나가 촬영 때 한창 라면에 빠졌다.

박세완 현장에서 라면을 그렇게 자주 먹다가 라면 중독이 왔다. 집에 가면 손도 안 씻고 물부터 끓였다. 진라면 매운맛에 빠져서 살이 5kg 쪘다. 일단 힘들면 라면을 찾았다. 극중 라면 먹는 신은 실제로 배우들이 다 먹으면서 촬영했다. 감독님의 연출 스타일이다.

최영재 카슨 누나가 힘들어했다. 실제로는 매운 걸 잘 못 먹는데 불닭볶음면을 먹는 신이 유난히 많아서 물에 헹궈가면서 먹었다. 누나가 진짜 열심히 연기했다.

-인생에서 지구가 멸망해버렸으면 좋겠다고 생각한 순간이 있는지 궁금하다.

한현민 진짜 많이 생각한다. (한숨) 사실 청춘들은 늘 그 생각을 하면서 살고 있을 거다. 학교생활이 힘들 수도 있고 취업이 어려울 수도 있는데, 그럴 때 다 놓아버리고 놀면서 오늘만 살고 싶다고 생각한 적이 있는 것 같다.

신현승 어쩌면 내일이 올 걸 잘 알기 때문에 나오는 반응인 것 같다. 나는 아직 학생이어서 과제를 날리면 그런 생각이 든다. (웃음)

박세완 ‘짜증 나, 내일이 안 왔으면 좋겠어’라고 생각한 적은 누구나 있을 것이다. 다만 제목만 보고 작품을 너무 어둡게 생각하지 않았으면 한다.

-내 캐릭터가 아니지만 가장 마음에 든 캐릭터가 있다면 누구인가. 도전해보고 싶은 캐릭터가 있다면.

한현민 연기해보고 싶은 건 아니지만 나는 한스가 재밌었다.

신현승 나도. 너드미가 있다.

박세완 캐릭터들이 다 매력 있다. 내 건 안 웃긴데 다른 캐릭터는 하나씩 웃기는 게 있다. 민니는 그 귀여운 얼굴로 욕을 엄청 잘하는데 정말 웃기다. 영재도 거짓말할 때 의자에 깡총 올라가며 귀가 빨개지고, 제이미도 특유의 어수룩함이 너무 귀엽다. 현민이는 우리 드라마를 통틀어서 코미디를 담당하는 캐릭터라 말할 것도 없다.

-극중 모두를 품는 세완 같은 답변이다.

최영재 나는 현민이가 정말 재밌다. 모든 대사가 주옥같은데 웃겨서 엔지 난 적이 정말 많다. 현민이의 행동이 너무 웃겨서 현장에서 제대로 보지 못할 정도였다.

-연기할 때 가장 어려웠던 신은.

최영재 김치 싸대기를 맞는 신. 김치 싸대기를 맞는 드라마 신이 짤방이 되어 돌아다니지 않나. 그걸 보고 촬영 때 웃으면 어떡하나 걱정됐다. 옷을 갈아입고 얼굴을 씻고 다시 촬영해야 하니 엔지가 날까 걱정스러웠다. 긴장되어서 민니랑 리허설도 진짜 많이 했다. ‘망했다고 웃지 말자, 한번에 끝내야겠다’라고 다짐하고 슛에 들어갔는데 막상 맞아보니 웃음이 나오지 않았다. ‘와 김치 싸대기 이거 대단하네?’ 싶었다. 짤방으로 보면 웃기고 신선한데 직접 맞아보니까 그분의 심정을 알겠더라. 다행히 한번에 오케이가 났다. 야외 신인 데다 해도 지고 있어서 한번에 오케이가 안 났으면 다음날 또 찍어야 했다.

박세완 나는 제이미랑 로맨스가 무르익을 즈음 키스 신을 찍을 때 너무 추웠다. 강 근처에서 찍어서 더 추웠다. 예쁜 배경을 위해서 스탭들이 꽃을 심었는데 꽃이 시들 정도였다. (웃음) 제이미도 계속 덜덜 떨었다. 그때가 제일 힘들어서 그날 저녁에 라면을 두개나 끓여 먹었다. (좌중 웃음)

신현승 소품에도 서리가 낄 정도였다.

박세완 드라마가 언제 넷플릭스에서 오픈될지 모르니까 최대한 계절감이 없는 옷으로 입어야 했다.

-어쩐지 입김이 살짝살짝 나는 게 보였다.

신현승 심지어 얼음 물고 있다가 촬영에 들어갔다.

박세완 제이미는 입김이 너무 나와서 감독님이 얼음 물고 있다가 찍으라고 했다.

신현승 제일 어려웠던 신은 하하 선배님이 나온 장면이었다. 내가 하하 선배님 얼굴에 음식을 쏟아야 했는데, 파채는 한번에 제대로 쏟았지만 잡채가 바닥에 떨어지고 책상 위에 떨어졌다.

박세완 선배님이 웃으면서 한번 더 하라고 했지만 현승이가 완전 얼었다.

한현민 나는 지하창고 신. 연기가 어려웠다기보다 자꾸 웃음이 터져서 힘들었다. 테리스의 뒤통수를 때리는 신을 찍다가 테리스의 비니가 벗겨졌다. 테리스 형이 더워서 비니 안에 감춰뒀던 아이스팩이 나왔다. 테리스 형만 보면 그 모습이 자꾸 생각나고 웃겨서 힘들었다. 너무 많이 웃어서 ‘큰일났다. 계속 웃으면 분위기 진짜 안 좋아지겠다’ 싶어서 참았는데도 안되더라. 웃음으로 엔지가 나면 스탭들에게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소리쳤는데도 결국 못 참아서 구석진 데 가서 혼자 있었다.

입학식 같은 긴장과 설렘으로

-대학을 기준으로 배우의 인생에서 현재 몇 학년쯤 된 것 같나.

최영재 중학생? 아직 대학을 못 갔다. 중학교 3학년 정도. 겉으로는 대충 아는 척하지만 아직 그 정도는 아닌 것 같다.

박세완 나는 이미 졸업한 상태인 것 같다. 지금이 순수하지 않은 건 아니지만 연기를 막 시작하는 1학년이 제일 좋았던 것 같고 그때로 돌아가고 싶다. 그땐 아무것도 모르니까 상상도 많이 하고 ‘앞으로 난 이럴 거야 저럴 거야’라고 생각했다면 지금은 사회생활도 많이 한 것 같다.

신현승 나는 1학년 1학기 3월쯤에 있는 것 같다. 모든 게 새롭고 다 배워야 하고 신기하다. 모르는 것에 대한 기대와 설렘, 두려움이 다 섞인 상태다. 막상 지나고 나면 재밌게 할 텐데 그전에 걱정이 많은 것 같다.

한현민 나는 고1 정도인 것 같다. 아직도 배울 게 많다고 생각한다.

-도전해보고 싶은 장르나 작품은 무엇인가.

최영재 연기를 하고 싶다는 생각이 처음 든 건 <조커>에 나온 호아킨 피닉스를 보고 나서였다. 호아킨 피닉스의 멋진 연기를 보고 감탄했다. 나도 언젠가 호아킨 피닉스처럼 사이코패스 캐릭터를 연기해보고 싶다.

신현승 <해리 포터>를 너무 좋아하는데, 한국 감성이 묻어난 <해리 포터> 같은 작품을 하고 싶다. 한국영화 <전우치>가 한국 감성에 무척 잘 맞는 판타지의 예라고 생각한다. 마법사, 인어, 용과 같은 존재들이 나오는 작품에 출연하고 싶다.

한현민 상상력이 좋네. (웃음)

최영재 취향을 처음 알았네. (웃음)

한현민 나는 로맨스. 사심은 절대 아니고 호흡을 맞춰가는 연기의 매력이 있어서, 정극을 제대로 해보고 싶다. 여태까지 해왔던 배역이 잘 맞고 좋았지만 다 밝은 연기였다. 다른 걸 해보고 싶다.

박세완 장르를 가리지 않고 다양하게 도전하고 싶다. 실제로 작품을 선택할 때 안 해본 것 위주로 선택하는 편이다. 밝은 이미지의 학생을 많이 연기해와서, 액션 연기나 잔인한 캐릭터를 연기해보고 싶다.

-<지구망>으로 누군가는 처음 연기에 도전했고 누군가는 처음으로 코미디 연기를 시도했다. <지구망>은 각자에게 어떤 작품으로 남을 것 같나.

박세완 <땐뽀걸스> <학교 2017>에서 고등학생을 연기했는데, 마치 내 학창 시절같이 느껴진다. <지구망>은 그런 경험의 대학생판으로 남을 것 같다.

한현민 현실과는 다르겠지만 대학 생활을 조금이나마 알게 해준 작품이다. 고등학교를 다니다가 중간에 자퇴했고, 학창 시절에 대한 경험이 또래보다 적다. 대학에 가고 싶은 꿈이 있지만 당장은 갈 수 없는 상황인데, <지구망>이 캠퍼스물이어서 대학 생활을 한다는 느낌으로 찍었다.

신현승 입학식 같은 작품이다. 다들 입학식 전날에 걱정을 많이 하잖나. 지나고 나면 그날에 좋은 사람들을 많이 알게 되고 많이 배우게 되듯, <지구망>은 그런 작품이다.

최영재 하고 싶은 마음이 들어서 열정적으로 임했던 작품이고 혼자서 열심히 준비해서 도전했다. 좋은 사람들을 많이 만나고 호흡도 맞춰보면서 연기가 되게 재밌다는 걸 느꼈다.




[출처] 씨네21 (2021년 0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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